도시 경관과 도시 이미지 그리고 건축
경관(landscape)이란 지표면(land)의 형태학적 특성, 즉 풍경(scape)을 의미한다. 도시 경관(cityscape)은 지표면 중에서도 도시 공간의 형태학적 특성을 가리키는 용어다. 도시지리학에서는 도시 경관을 '관찰가능한 도시의 형태적 단위(observable units of urban form)'로 정의한다(Gregory et al.,2009). 도시지리학이 성립된 초기에는 도시 경관, 다시 말해 도시의 형태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는데 주로 토지 이용 패턴, 가로 구획, 건축물의 높이 같은 건조 환경을 주로 연구했다. 이 결과 마이클 컨젠(Michael Conzen, 1969; Gregory et al.,2009에서 재인용)은 도시 경관의 구성요소를 도시 계획(town plan), 토지이용 단위(land-use units), 건조환경의 형태(built form) 이렇게 3가지로 꼽았으며, 특히 도시 계획은 나머지 두 구성 요소를 광범위하게 제약하는 요소로 보았다.
도시계획학자인 케빈 린치(Kevin Lynch, 한영호-정진우 역, 2003)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각 개인의 입장에서 도시의 형태적 특성을 연구했다. "한 개인은 도시를 항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심상지도(mental map)를 자신의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미국의 세 도시 보스턴, 저지시티, 로스엔젤레스에 거주하는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각작 가진 도시 이미지인 심상지도를 그려보게 했다. 이 심상지도 분석을 토대로 사람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도시 이미지를 구성하는 5가지 요소인 통로(path), 경계(edge), 구역(district), 결절지(node), 랜드마크(landmark)를 도출했다. 린치에 따르면 이 5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도시 이미지의 형태적 특징이 도시마다 다른데, 이 같은 도시 간의 차별성으로 인해 특정 도시 사람들이 도시 경관을 읽어 들이는 가독성(legibility)이 달라지고, 이는 도시 경관의 모습을 명확한 이미지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imagebility, 심상성)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터인 도시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를 갖지 못하면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불안감을 갖게 되며 이는 자아 정체성의 상실로 이어지면서 현대 도시인의 소외를 심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린치는 도시인이 삶에 안정감을 찾고 정서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가독성과 심사성을 갖춘 도시 경관을 구성할 수 있도록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컨젠의 도시 경관의 3가지 구성요소 중 건조환경의 형태(built form), 그리고 린치의 도시 이미지의 5요소 중 하나인 랜드마크에는 공통적으로 건축(architecture)이란 요소가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도시의 형태적 특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건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이 도시 내에서 도시의 형태적 특징을 구성하는 요소로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건축과 도시 경관에 대한 접근 방법
지리학 백과사전의 'architecture and geography'항목에서는 지리학에서의 건축 연구 경향을 개관하고 있다(warf et al., 2010)이에 따르면 지리학에서의 건축 연구는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 버클리 사우어학파의 프레드 니펜(Fred Kniffen, 1936; 1965)을 필두로 한 전통가옥(folk architecture) 유형의 분포 및 전파에 집중되었다. 이는 시기적으로는 약간 늦지만 국내 사우어 학파의 연구도 비슷한 경향성을 띤다(이찬, 1975; 장보웅, 1980; 1996 등). 사우어 학파는 전통가옥의 유형별 특징을 문화생태학적 관점에서 인간 문화가 자연환경에 적응 및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진 문화적 산물로 보았으며, 건축 유형별 전통가옥의 분포특징을 기준으로 지역의 차이를 밝히는 데 집중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자급자족적 생활 위주의 전통적 촌락지리학 분야에서 주로 수행되었다.
반면 전통 촌락이 아닌, 근대 도시를 대상으로 한 건축 연구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건축물 자체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건조환경(built environment)의 생산 이면에 있는 계획이나 정치적 의사 결정에 주로 관심갖고 건조환경이 어떻게 정치적, 경제적 열망, 맥락, 상징을 반영하고 굴절시키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Warf et al., 2010, 107). 따라서 사우어학파의 전통적 문화지리학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지리학 분야에서는, 건축물 보다 더 포괄적인 건조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포괄적인 건조환경보다 건축 자체에 대한 지리학적 연구가 활발해진 계기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일어난 문화적 전환(cultural turn)으로서, 이 흐름 속에서 신문화지리학이 대두되면서 건축물과 건축적 환경에 대한 문화정치적 상징과 의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분야의 연구는 주로 제국주의 및 식민지 시대의 건축, 고층빌딩, 쇼핑몰, 동물원, 전쟁기념물 같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이같은 연구는 기념비적, 스펙타클한 건축물에만 주목하고 보다 수수하고 평범한 '보통의' 건축물이나,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는 보다 광범위한 환경, 예를 들어 계획, 공학, 조경 등에는 관심을 덜 갖는 경향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해석과 재현보다 사건과 실천을 강조하는 비재현이론의 영향으로, 건축물의 공급자나 설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양한 이용자들이 건축물을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고 이용하고 의미화하는지에 관심을 갖는 연구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런 연구의 기본 관점은 건축물의 이용자 역시 자기 나름의 실천적 행위를 통해 건축 환경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생산자라는 관점이다(Warf et al., 2010; Le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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