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슬럼
도시는 많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 중 사람들에게 강하게 인식된 것 중 하나가 빈곤과 관련된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도시 빈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전 세계의 도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도시의 빈곤은 과거 도시가 형성되던 초기부터 존재했던 현상이지만, 급격한 도시화 가운데 그 상황이 악화하여 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가 공간의 양극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도시 공간의 빈곤한 지역의 고립과 빈곤계층의 열악한 생활환경은 대무 심각한 수준이다.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는 도시를 형성하는데 기본이 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도시공간 안에서의 개인과 집단의 공간 점유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정보 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공간의 물리적 거리가 압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공간의 인적, 물적 자원의 집중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새로운 기회의 장소로 여기고, 도시로 몰려든다. 도시에서는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갖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거주 환경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빈곤의 정의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세계은행에서 쓰고 있는 하루 생활비이다. 세계은행의 정의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0억 인구가 하루에 2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는 12억의 인구는 극빈곤층에 해당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빈곤은 더욱 복잡한 상황과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지면서 그 정의가 확대되고 있다. 빈곤을 도시 공간상에 나타나는 슬럼과 관련지어 보았을 때는 이러한 경제적 수준 이외에 주택문제, 도시 서비스, 과밀화, 안전성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주택을 둘러싼 상황까지 포함한다.
도시공간에서 빈곤한 계층의 거주지는 슬럼이라고 하는데 슬럼은 도시공간에서 높은 임대료 지불이 어렵거나, 도시 복지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구역을 말한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전 세계 인구의 32%가 슬럼에 살고 있으며 그 수는 1백만에 명에 이른다(UN, 2003). 그리고 이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이다. 물론 선진국에 슬럼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개발도상국과는 차이점을 보인다. 슬럼거주자는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 이후로 더욱 급속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며 30년 안에 2백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토(분리된 공간)와 엔클레이브
역사적으로 외부로부터의 이주자들은 차별로 인해 분리되어져 살아왔던 사례가 종종 확인된다. 그리고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욱 강한 인종주의적 사고로 의해서 분리된 지역에 대한 이미지나 부정적 인식은 훨씬 강했다고 할 수 있다. 분리 거주지역에 게토(ghetto)라는 용어가 베네치아의 유태인 근린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하는데(박경환 외 역, 2012), 베네치아에서 대금업을 하는 유태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매우 강했으며, 유태인들만이 생활할 수 있는 구역이 설정 되었다고 한다. 이때 출입문을 통해 통제되고, 해가 진후 게토에서 나오는 것이 금지되는 등 거주와 이동의 자유가 없는 공간이었다고 하니 일부 도시 공간에 인종화된 집단이 격리(segregation)되어져 살았던 것이다.
현재 도시공간의 민족집단 거주지는 그 형성요인이 자발적 인지, 아닌지에 따라 엔트레이브와 게토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 현실 도시에서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게토와 엔클레이브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보다 연속체적으로 엔클레이브와 게토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박경환 외 역, 2012).
게토는 베네치아의 사례와 같이 비자발적으로 형성되고 유지되는 공간이다. 비자발적이라 함은 외부의 차별이 강하여 발생한 분리임을 말한다. 유럽의 유대인들의 거주구역이었던 공간에서 비롯된 게토는 그 이후 미국에서 남부의 흑인이 북동부의 산업도시로 이주를 하면서 발생한 인종화된 공간으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또한 현재는 빈곤의 의미를 포함하는 공간으로 그 의미가 더욱 강하다.
엔클레이브로 불리는 불리는 거주지 분리는 게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발적인 분리에 의한 공간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엔클레이브의 자발적 분리는 보다 강한 내적 응집력(congregation)을 가진다(knox et al.,2006). 마르쿠제(1996)는 엔클레이브를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분류하면서 이주자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적 집단이 보이는 공간적 분리 현상에 대해 그 특성을 설명했다.
먼저 "이주자 엔클레이브"는 특정 이주자 집단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과거 맨해튼 차이나 타운의 예가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도시에서 새로운 속성의 이주자집단에 의한 새로운 엔클레이브도 존재한다. 이에 비해 "배타적 엔틀레이브"는 범죄와 빈곤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상류층이 밀집된 엔클레이브다. 배타적 엔클레이브는 주변으로부터 자신들을 안전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며 최근에는 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문화적 엔클레이브"는 거주자들이 공통적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형성된 공간으로 가장 넓은 의미의 엔클레이브라고 할 수 있다. 게토 엔클레이브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우며 연속체로서 이해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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